[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김가은(사회학과)양에게서 「 어른의 어휘력」를 추천받은 이유선(경영정보학과)양이 제민정(경제금융학과)양에게 「 카프카 명작 단편선」를 추천합니다.
작년 SNS를 뜨겁게 달궜던 그 문장, “만약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떡할 거야?”.
이 문장의 시초가 된 카프카의<변신>. 처음 저 문장이 유행했을 때는 도대체 왜 저런 문장이 생겨났고, 왜 저러한 질문이 바이럴이 되는지 의문을 품었었다. 카프카의<변신>을 읽고 나니 이 질문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카프카는 당시 프라하에서 상위 10%만 사용할 수 있는 독일어를 구사하였다. 그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 기독교 문화에도 속하지 않고 유대교 문화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 처지의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그러한 문화와 환경에 속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세상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온 것 같다 느꼈다. 글을 읽다 보니 그가 왜 바퀴벌레로 변하는 내용의 소설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변신> 속 그레고르는 그 누구보다도 가정적인 인물이었다. 가족들은 자연스레 그레고르에게 의지하게 되고 어쩌면 그레고르의 등에 업힌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아무 경제적 활동도 할 수 없고 가족에게 돈을 가져다줄 수 없는 바퀴벌레로 변하자 가족들은 점진적으로 그레고르를 멀리하고 결국 방문을 닫아버린다. 어쩌면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들의 외면은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레고르의 입장이 되어, 가족들의 경멸의 눈빛을 느끼게 되고 무능해진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케임브리지 사전에는 “카프카적이다”는 단어가 존재한다.
카프카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표현하는 단어로,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카프카의 단편선을 읽으면서 너무나 혼란스러웠지만 그 혼란스러움이 카프카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극대화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혼란스러운<변신>의 상황 속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내가 진짜 소설 속 바퀴벌레가 된 것처럼 비참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족들의 반응에 대한 독자만의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나 단편선 중<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라는 작품이 카프카의 인생론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위 작품에서 가장 와닿았던 단어는 ‘자유’이다. 카프카는 인간이 자유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고 엄청나게 숭고한 무언가라고 여기는 점에 대해 꼬집는데, 이 점이 마치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부분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러게 나는 왜? 우리는 왜 ‘자유’를 추구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정의하는 ‘자유’가 대체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자유란 좋은 것, 인간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인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과연 오늘날의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만큼, 숭고하게 여기는 만큼의 중요한 가치인가? 하며 되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자체가 이미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이고 이치라고 생각할 뿐 박탈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떤 동물보다도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이지만, 그 어떤 사회보다도 자유롭지 않은, 규칙이 정해진 인간사회에서 살아간다. ‘자유’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자신만의 믿음을 따라 길을 걸을 수 있는 상태라고 스스로 정의하게 되었다. 인간은 누구보다도 ‘자유’를 추구하지만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나를 어떤 길로 이끌어 나가느냐에 대한 자유는 무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프카의 말처럼 자유란 선택할 수 없는 길이지만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흐름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이유선
편집위원: 김지영(학술정보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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