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계비] 조지오웰의「1984」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가희(국어교육학과)양에게서 「역사의 쓸모」를 추천받은 김기완(문헌정보학과)군이 「1984」를 현정(전기에너지공학전공)양에게 추천합니다.
디스토피아 소설인 『1984』는 배경부터 흥미롭게 설정되어있었다. 배경은 핵전쟁 이후로 3가지 국가로 재편되어 그중에서도 오세아니아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세아니아는 철저한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1당 독재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개인적인 부분 하나하나 세밀히 통제하는 ‘빅브라더’를 설치하고 있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현재 사회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러한 배경에서 시민 즉 ‘나’의 자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힘을 가진 정부나 귄력층이 만약 책 속에서의 모습으로 사회를 통제한다면 또는 해왔다면 우리는 이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인가? 책의 핵심요소이자 현재 사회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빅브라더는 가장 큰 적이자, 그들의 힘일 것이다. 더불어 현대사회의 경우 IoT 등의 사물인터넷과 실생활의 모든 부분이 인터넷과 연결이 되는 경우 이러한 빅브라더의 힘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실제로 현대사회에서도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문제는 많이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물과 인터넷의 결합은 더욱 많아질 것이고 인터넷과 이러한 환경의 데이터가 가지는 힘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빅브라더를 상상하여 설정하고 책 속에 녹여낸 조지 오웰은 대단한 통찰력과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가끔 모든 정보가 완전히 데이터화가 된 사회를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사회에서 빅 도서관을 상상하곤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가 모인 도서관이다. 만약 이 도서관을 열람할 수 있다면, 원하는 모든 사람의 아침 기상시간부터 행동, 먹은 음식, 양치한 횟수와 시간, 건강상태 등 정말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의 빅브라더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것이 어느 특정 사람 또는 집단의 손에 들어갔을 때 디스토피아 모습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 윈스턴과 줄리아는 사회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생각과 신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지 못하거나 가지더라도 감히 행동으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원인은 과거말살정책과 빅브라더, 철저한 통제로 인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자유’라는 것을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우리가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자유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위화감과 공포심을 느꼈다.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라면 내가 당연하게 하는 이런 다양한 생각과 표현, 또 여러 가지 사회적 행동들이 제한되게 된다. 아니, 제한을 뛰어넘어 정해진 대로 생각해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상상만으로 숨이 갑갑해진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는 이때까지 이러한 자유로운 사회와 오히려 점점 개인주의화되는 사람들을 겪었다. 이러한 방향은 서로에게 큰 관여를 하지 못하는 세상 이러한 흐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무의식 속의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하는 미래사회의 모습은 새로운 관점에서 기술과 사회의 발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라고 한 결말이 강렬하면서도 애잔했다. 개인의 신념이 가지는 힘은 결국 사회 앞에서 무력한 것일까, 또한 이 장면에서는 윈스턴의 세뇌의 성공으로 오히려 죽음보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빅 브라더 체계에 반감을 가졌던 주인공에게는 가장 비참한 결말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문뜩, ‘나라면 체계에 맞서 싸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황에 대해 의문과 불만을 가지게 됐더라도 주인공보다 빠르게 포기하거나, 처음부터 생각을 숨기고 사회에 순응하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나 하나로는 힘들 것이다. 내가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1984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던 이 세상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볼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를 더욱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면서, 통제된 사회의 조금은 극단적인 일면을 체험함으로 우리 사회와 비교를 하며 느낀 점들이 있었다. 또한 빅 브라더라는 개념이 사실은 얼핏 일상 속에서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디지털화되면 데이터를 쥔 누군가 빅브라더가 되는 것이 과연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개념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라는 것이 가지는 힘과 그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하였고, 그 속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관리, 보호는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김기완
편집위원: 김지영, 학술정보지원팀 정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