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계비] 우치다 다쓰루 작가의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읽고
讀·啓·肥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채상은 양에게서 「호모 데우스」를 추천받은 이다원(문헌정보학과)양이 이재준(건축공학과)군에게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를 추천합니다.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 처음 듣는 이야기』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약간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고, 사람들도 도서관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좋아할 것 같은데 왜 이 작가는 도서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지가 궁금증이 생겼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문득 저는 도서관을 이용할 때 이용자가 많은 것을 좋아했는지 적은 것을 좋아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간대는 도서관이 막 문을 여는 시간인 9시였습니다. 어릴 때 온기가 아직 돌지 않는 조용한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서 도서관이 생기를 찾는 순간을 좋아했습니다. 도서관의 조용한 모습과 생기 넘치는 모습 둘 다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가가 생각하는 조용한 도서관이 궁금해져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 작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에게 ‘정겨운 도서관’은 모두 사람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공간이 아니면 ‘책’이 저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테죠.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 이야기를 읽고 조용한 시간 도서관에 갔을 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오래된 초등학교여서 도서관에 다양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학원에 가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는 했었습니다. 저학년들은 다 하교했을 시간이라서 도서관에는 사서 선생님과 몇몇의 친구만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읽을 책을 찾아서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한 시리즈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흰 표지에 그림도 없고, 제목만 적혀있는 정말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무심결에 그 책을 꺼내서 펼쳐보니 만화였습니다. 당시에 만화에 푹 빠져있던 시기라 자연스럽게 그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은 과학 학습 만화였는데, 과학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저에게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작가의 말처럼 그 책이 제게 신호를 보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과 마주치는 순간이야말로, 작가가 얘기하는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지 않았을까요?
또한 작가는 도서관의 사명을 ‘무지의 가시화’라고 얘기합니다. “자신이 얼마만큼 무지한가를 깨닫는 것. 지금도 무지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도 아마 무지한채로 끝나리라는 사실을 말이죠. 자신의 그 가공할 만한 무지 앞에서 전율하는 것이 도서관에서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도서관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간을 넘어, 우리의 한계를 직면하게 하는 곳이라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다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도서관의 방대한 장서를 마주할 때마다 깨닫는 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무지를 완전히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도서관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갈 때마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좀 컸으니 똑똑해졌겠지"라는 교만한 생각으로 가득한 저에게 도서관은 늘 겸손을 가르칩니다. 무한한 책들 앞에서, 제가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우리는 도서관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무지를 이토록 직접적이고도 쉽게 알려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도서관은 우리를 깨우치고 성장하게 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책의 집합체가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배워야 할 삶의 교훈을 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저에게 도서관은 제 성장을 도와주면서도 무지를 깨닫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우치다 다쓰루의 『도서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 좋다 : 처음 듣는 이야기』는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특히, 도서관을 필요 없고, 상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모아두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를 성장시켜 주면서, 겸손과 성찰을 알려주는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의 가치를 깨닫고, 그 공간에서 책과 특별한 경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 출처: 책 표지는 교보문고
> 편집위원: 유주혜 사서, 학술정보서비스팀 연속간행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