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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4호

[내가 쓰는 글] 유럽 안에서 꿈꾸다

[내가 쓰는 글] 사회과학대학 문헌정보학과 강현주 학생의 국외문화탐방 체험기를 싣습니다. [양봉석 ybs@gw.kmu.ac.kr]

 

유럽 안에서 꿈꾸다

 

  대학교 4학년, 나는 너무나도 많은 갈림길에 서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과연 이 중에서 진정 내가 찾는 꿈은 무엇일까? 학년을 거듭 올라갈수록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를 되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차례가 온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국외문회탐방을 통해 지금까지 나를 눌렀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치는 20일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유럽여행의 설렘을 안고 여행 짐을 꾸릴 때부터 여행의 즐거움은 시작되었다. 두바이를 거쳐 영국에 도착했을 때의 그 짜릿함과 설렘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올림픽 폐막 이후라 올림픽의 여운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으며, 빨간 2층 버스 맨 앞자리를 타고 구경하는 런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거리의 아기자기한 건축물, 톡톡 튀는 색감, 거리 악사들의 음악 소리, 웅장한 박물관, 인상적인 미술관, 친절하고 잘생긴 영국의 신사 등 런던은 한마디로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 같았다.

 

  모든 여행자의 로망 파리, 부푼 기대를 안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에펠탑만 봐도 뛸 듯이 기뻤다. 책에서만 보던 관광지가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너무나도 꿈만 같았다. 파리 자체의 분위기만으로도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유명 관광지를 쉽게 볼 수 있었으며 그렇게 걸으면서 눈과 코로 먼저 프랑스 음식을 맛보기도 하였고 돈을 아끼고 아껴 프랑스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물론 그 맛도 최고였다.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 센터 등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곳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파리는 화려함 속에 낭만이 존재하는 멋진 도시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가기 위해 야간열차를 탑승하기 전 나는 너무나도 걱정이 많았다. 야간열차 안에서는 각기 다른 인종의 외국인들과 함께 있다 보니 많은 도난사고가 빈번하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받은 터라 잔뜩 긴장하고 열차를 탔는데 이게 무슨 행운인지 한국의 경상도 여자들만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 지금까지의 여행 이야기로 회포를 풀면서 즐겁게 독일로 갈 수 있었다. 짧은 일정 탓에 뮌헨의 중심부 마리엔 광장과 신시 청사, 님펜부르그, BMW 박물관 정도 밖에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뮌헨의 역사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독일은 그야말로 유쾌하고 에너지가 샘솟는 곳! 여기저기서 잔을 부딪치며 시끌벅적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독일의 대표 음식인 소시지와 슈바이학센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잔의 느낌은  그간의 여행 피로를 한 번에 싹 날려주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산과 푸른 나무들, 장난감 같이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곳 스위스는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풍경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기차를 타면서 보았던 인터라켄의 자연경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최고였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에 등정했을 때 나는 그 웅장함에 놀라고 신비감에 사로잡혔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온통 얼음과 눈으로 덮인 높은 산에서 먹는 신라면의 맛은 꿀맛과 같았다. 또 스위스에서 빠질 수 없는 레저스포츠로 패러글라이딩을 손꼽을 수 있는데, 정말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인터라켄의 자연 속에 내가 폭 빠져 주인공이 된 느낌! 인터라켄 하늘을 날면서 수도 없이 외쳤던 것 같다. I LOVE INTERAKEN! 스위스는 나에게 바쁜 여행 일정 속에 잠시 쉬어가는 힐링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베네치아-피렌체-로마 이렇게 많은 도시를 거쳐 가게 되었다. 이 중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로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물 위에 세워진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곤돌라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는 뱃사공들 수평선 너머로 노을 지는 모습, 베네치아 자체가 하늘이 만든 건축물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기한 도시였다. 

 

  여행의 끝자락 로마에서의 기억은 더 특별하다. 고대 로마의 기상과 혼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써 많은 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로마의 역사를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로마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사람들과 함께 독도 캠페인 활동에 참여해 너무나도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등을 함께 거닐며 대한민국을 소개하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것을 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보니 이렇게 매 순간순간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만 살아왔던 나에게 이번 여행은 잠깐의 쉼표와 같은 시간이었으며,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시야를 넓히고 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떠난 여행에서 많은 배움과 깨우침을 가지고 돌아온 것 같다. 여행하면서 느꼈던 매 순간들의 감성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었으며 이렇게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아직 내가 있는 곳은 너무나도 좁고, 내가 가야 할 곳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대학교 4학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지런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