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124호(12월)

[고문헌 산책] 신주무원록 新註無寃錄

[고문헌산책] 신주무원록(新註無寃錄)

 


"원한이 없도록 하라"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조선시대 표준 법의학서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신주무원록>의 제목을 풀이하면, '새로 설명을 붙인[신주] 원한이 없도록 하는 기록[무원록]'이란 뜻이다. 

원한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장 큰 원한이란 무엇일까? 바로 억울한 죽음일 것이다. 죽음은 생을 마감하는 것인데,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도 아무도 모르거나 살인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만큼 원한 맺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장화홍련전>, <아랑전> 등과 같은 고전 소설의 모티브도 원한 맺힌 죽음이다. 그러한 억울함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억울한 죽음 자체가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에 억울하게 죽었다면 그 이유가 밝혀지고 살인을 했거나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살로 위장한 타살의 흔적을 찾아 내어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야 원한이 없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살인 사건은 해당 고을의 수령이 직접 조사를 해서 사실을 밝혀야 함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거나 시체를 만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아전들에게 맡겨 객관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현실의 문제를 세종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중국에서 전래되어 유통되던 원나라 사람 왕여의 <무원록>이란 책이 주목받는다.  세종은 최치운 등에게 그 책에 나오는 어려운 말들을 쉽게 해설하여 살인 사건 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책을 편찬하도록 명한다. 세종이 즉위하고 20년 째 되던 해(1438)에 책이 완성되었고, 강원도 원주에서 마침 이 책은 간행되었다. 그 뒤 전국에서 간행되면서 조선시대 살인 사건 처리 지침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이 책으로 살인 사건을 처리한 기록이 다수 등장한다. 

세종은 살인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를 통하여 죽음에 대한 억울함이 없게 하고자 이 책을 편찬하여 보급하였다. 살인 사건의 보고서 작성과 조사 절차, 시체 검안 방법 등이 수록되어 있어 조선 후기까지 살인 사건 처리 지침서로 활용되었다. 1748년(영조 24)에 와서는 이 책의 내용 가운데 애매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여 재차 간행하였으며, 1792년(정조 15)에는 다시 설명을 추가하여 <증수무원록>을 간행하는 한편, 한글로 번역한 <증수무원록언해>를 보급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애민 군주로 불리는 세종과 그러한 세종의 애민 정신을 계승한 영조, 정조가 왕으로 있을 때 책의 간행과 보완, 한글 번역이 이루어졌다.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세종의 애민 정신을 살필 수 있는 살인 사건 처리 지침서인 <신주무원록>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