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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7호(3월)

[독계비]폭력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 < 채식주의자 > 를 읽고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황지영에게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천받은  박지수(중국학과4)양이  「채식주의자를 전희주(경찰행정학과3)양에게 추천합니다.



웰빙(well-being) 시대가 시작되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썬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무심코 집어 든 이 책의 주인공 영혜또한 채식주의자이다. 내가 생각한 채식이란 그저 단순히 건강을 위해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영혜는 육식을 즐겨하며 육류를 이용한 요리도 썩 잘하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혜는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영혜는 수 백 개의 고깃덩어리들이 피를 뚝뚝 흘리며 막대에 매달려 있는 한 건물에서 도망치게 된다.  끝없이 고깃덩어리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던 영혜는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몸과 입가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자신을 보며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꿈을 꾸고 난 후로 영혜는 모든 육류를 거부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채식주의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영혜를 대하는 주변사람들의 태도는 매우 폭력적이다남편과 함께 간 부부동반 모임에서도 채식을 한다는 영혜에게 다들 한마디씩 하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한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의 입에 억지로 탕수육을 쑤셔 넣기도 한다.  

마치 영혜가 비정상인인 것처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영혜는 더욱 더 입을 닫아버리고 나중에는 자신이 나무라고 믿어 모든 음식물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폭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적인 도살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죄책감 없이 육식을 해오곤 한다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푸아그라는 강제로 거위에게 음식물을 먹여 거위를 학대하여 생산해내는 음식으로 대표적인 그 예이다영혜의 채식은 내가 이때껏 생각해왔던 단순한 이유에서의 채식이 아닌 이러한 행위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온 것으로 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영혜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인다든가 오히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혐오의 행위가 아니냐는 말은 매우 폭력적인 행위로 나는 그것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비단 육식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여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책에서는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그리고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라고 한다.

책 속에서 채식주의자 영혜를 향한 시선과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무심코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생각하여 우리 주변의 또 다른 영혜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출처: 책표지-네이버책, 사진-박지수

<편집위원: 이영숙, 학술정보지원팀  수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