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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호(10월)

[독계비] 82년생 김지영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심예은양에게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천받은  문정희(행정학전공 2)「82년생 김지영를 박수빈(국어국문학전공 3)양에게 추천합니다.

 

  '몇 주째 베스트셀러라네, 나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전 '15년의 나이 차이로 인해 내가 이해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금세 무너졌다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한 남자 심리상담사가 이상증세를 겪는 김지영의 유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의 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남아선호사상에 토대를 둔 한국사회 속에서 희생되어 온 여성들이 김지영의 몸을 빌려 아들을 위해 셋째까지 낳아야 했던 김지영의 어머니, 두 손녀와 막내인 손자를 대놓고 차별 대우하는 할머니, 자꾸만 괴롭히는 짝꿍 남학생의 행동이 다 좋아해서 하는 것이라고 납득시키려는 선생님, 먹기 싫은 술을 강권하며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 거래처 부장, 취업, 학업, 임금, 육아 등 여자이기에겪는 온갖 차별들이 소설 속에 그려지고 너무나 평범한 주인공 김지영에게 공감되고 이입되어 간다

  또한 작가는 소설의 내용 중간 중간 이를 뒷받침할만한 기사, 도서, 논문을 제시해 이 소설 속 내용들이 허구가 아님을 증명한다 소설 내용 중 학교에서 늘 남학생들 번호가 앞이고, 교복 복장 검사는 여학생만 까다로웠다는 부분이 있다. 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 번호는 22번이였다. 남자 가나다순 후 여자 가나다순으로 번호를 정했었다. 담임 선생님께 왜 남자가 앞이고 여자가 뒤냐고 물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남학생이 더 많아서 앞 번호라 하셨다.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했지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초등학교 6년 동안 뒤에 번호로 지냈다

  중학교 때에도 여학생들만 치마를 입어야 하고 교복 안에 흰 색을 제외하고 다른 반팔 티를 교복 안에 입으면 안 되었다, 반면 남자 학생들의 바지 기장을 줄여도 키가 큰 것이겠지 라고 넘어가시고, 색 있는 티를 입어도 넘어가기 일쑤였다. 학생주임 선생님께 적발되어 혼 날때도 나는 매번 남자애들이나 좀 잡으라고 대들었고 그때도 타당하지 않는 이유로만 설명하시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김지영의 삶을 기록한 심리상담사가 40대 남성이며, 자신의 아내와 김지영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차별당하고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만, 출산으로 인해 퇴직하는 부하직원을 보며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문제가 해결 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김지영의 삶을 세세히 적은 심리상담사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결국 또 다른 김지영의 삶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  

  82년생 김지영과 97년생 문정희는 15년의 나이 차가 난다. 여성부가 출범되고 양성평등을 법적으로 규제하지만 생활 곳곳에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관습과 여자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성차별 금지법이 시행되었고 2001년 여성부가 출범했으며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었고 문재인정부에서도 성평등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몇 일전 40~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가 "요즘은 차별이 있나요 여성우위시대고 남자는 아무것도 아닌데"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저씨께 이번 추석에 제사음식은 누가 하셨나요?, 처갓집은 먼저 가셨나요?, 집안일은 같이 하시구요?" 이렇게 묻고 싶었다.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된다면  제사상을 차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있더라도 남편이 설거지를 했으면 좋겠다. 올해 시댁에 먼저 갔다면 다음에는 친정을 먼저 가고 싶다. 집안일 또한 남자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같이 해야 한다. 내가 결혼할 때에는 조금의 변화가 생길까? 라는 의문이 들고 결혼을 망설이게 된다.

  만약 남성 독자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김지영 씨의 일대기를 그저 묵묵히 읽어주고 본인이 몰랐던 경험들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사회는 개개인들이 모여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책의 심리 상담가와 달리 또 다른 김지영을 만들지 않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사진-문정희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2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