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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칼럼] 다문화사회와 도서관

[동산칼럼]에는 우리 대학 법학과 교수(이민다문화센터 소장)이신 김종세 교수의 칼럼을 싣습니다. [양봉석 ybs@gw.kmu.ac.kr]


  우리나라에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정, 다문화주의라는 용어는 아주 뜨거운 감자로 변해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주민 140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다문화사화라는 말은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거리에서 쉽게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이주노동자를 만날 수 있고 조금은 다른 피부색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사회현상에 대하여 낯설음 때문인지 이들에 대한 냉대나 편견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여전히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타국에서 온 사람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그들이 이해해주기를 일방적으로 바라는 태도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다문화가정들이 가장 시급한 것은 언어일 것이다. 특히 결혼이주민이나 그들의 자녀들이 언어를 배우고 그러한 언어를 배움의 장이 사회적 기반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문화가족 또는 다문화가정 도서관이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공간일 것이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엄마 나라 문화, 또 다른 나라의 문화도 이해할 것이다. 다문화가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자녀들의 교육에 독서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은 없다고 나타났다. 또한 엄마나라의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주고 싶지만 이런 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문화도서관은 그들의 언어 이해, 교육의 장으로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물론 이러한 도서관이 그들의 실용적 목적을 충족해줄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어 줄 수 있는 곳이기에 소중하다. 상상해 보자. 무언가에 열중한 듯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아이, 혹은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친구와 장난치기에 바쁜 아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쿵쿵거리면 뛰어 놀다 흐른 땀도 마음도 씻은 듯이 사라진다.

 
다문화도서관에서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한국어로 된 유아 책부터 청소년 도서, 결혼이주민들이 읽을 수 있는 정보잡지 기타 등등 좋을 것이다. 다문화도서관이긴 하지만 마을 사랑방 역할도 한 몫을 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그러니 다문화가정 자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한국사회에 살아가는 다문화여성의 자녀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물론 이때 아이가 엄마의 상황이나 엄마의 문화와 한국 문화 그리고 엄마 나라의 언어와 한국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그것이 다문화도서를 아이들이 접해야 하는 이유이고 다양한 다문화도서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흔히 접하는 일본, 중국의 서적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의 도서까지 알차게 구비해주면 좋을 것 같다.

 
지역사회에서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통합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문화도서관은 결혼이주민, 그들의 자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사랑방인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이 도서관에서 한국어로 된 책과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책을 자유자재로 읽거나 혹은 서로에게 읽어주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저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흐뭇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것이다. 다문화가정도서관이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