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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7호(5월)

[독계비] 기린의 날개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07호는 전해리 에게서 「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뿐」를 추천받은  윤정(문헌정보학과 3)「기린의 날개를 이지윤(간호학과 4)양에게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중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중학교 즈음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소설세계로 빠져든 사람이다. 아직도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다른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제일 잘 맞는다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도서관에 예약을 했다. 책을 읽기 전,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는 영화로 이미 만들어져 큰 흥행을 했다고 한다. 시간이 되면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2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책장이 정말 잘 넘어간다. ‘기린의 날개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악의’, ‘졸업등에 등장했던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그는 여전히 멋있었다.

전체적인 책의 줄거리는 어느 늦가을 밤, 도쿄 한복판에 있는 니혼바시 다리에서 중년 남자가 가슴을 칼에 찔린 채 날개 달린 기린 조각상에서 발견이 된다. 그리고 사건 현장 인근 공원에서 한 청년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다. 청년의 소지품에서 사망한 남자의 운전면허증과 지갑 등이 발견되고, 경찰은 청년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몰고 가지만 용의자 청년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뒤늦게 확인되고,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면, 그만큼 곤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책의 서평에서도 가족애를 그린 휴먼스토리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일본의 가족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미운 아들이지만 그런 아들을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나타나 마음이 미어졌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피해자의 딸과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외면 받는 장면이었다. 피해자는 건축 부품 제조 회사의 본부장인데, 사건 조사를 하던 중 직원에게 피해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들어났고, 그 보복으로 살인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리가 뉴스에 나온다. 이 뉴스를 본 아이들은 피해자의 아이들을 멀리하는데, 내가 그 아이들이었어도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의 딸은 자살시도까지 해서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신사, 수영장 등 초반부의 분위기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소설이지만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편견 없이 추리를 해내는 가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였다면 이놈이 범인이 맞는데 왜 자꾸 증거는 아니라는 거야.’ 하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을 것이다. 이때까지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학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420페이지의 장편소설이지만, 책장이 정말 잘 넘어간다. 가난한 젊은이들의 삶, 가족 간의 갈등, 직장 내 문제, 학교 내 사고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는 소설이었다. 책을 다 읽은 후의 나의 다짐은 정말 부모님이 건강하게 계실 때 잘해야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전화를 해야겠다.

 

책표지 사진출처:  교보문고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2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