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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7호(5월)

[library & people] 학술정보서비스팀 최경훈 사서

동산도서관 7층에는 선조의 얼이 담긴 전통 문헌을 수집 보존하여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전시 관람을 통한 전통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운영되는 벽오고문헌실이 있습니다. 벽오고문헌실을 담당하고 있는 동산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 최경훈 사서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1. 도서관 웹진 이용자를 위한 인사말을 부탁드리며, 국가문화재(보물) 2193책을 포함하여 총 78,000여 권의 고문헌 자료를 보존, 이용시키고 있는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문헌정보학과에서 서지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문헌정보학과의 다른 분야인 정보학, 자료조직, 정보봉사, 도서관경영 등은 끌리지 않았지만, 고문헌을 다루는 서지학은 끌렸습니다. 그 끌림이 관심으로 이어졌고,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저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지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 동산도서관 벽오고문헌실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웹진을 통하여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역사와 한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문과 체질인데다 해당 과목의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사학과나 한문학과를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도 선생님도 취업운운하며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보던 고문헌을 처음으로 접하면서 신기함과 묘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서지학은 문헌정보학의 세부 분야 가운데 하나로, 가장 대표적인 정보 수록 매체인 책(문헌)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특정한 책의 정본이 무엇인지 문헌 비교를 통하여 고증하고, 동일 주제별 문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목록화하며, 책의 제작 방법이 무엇인지 도서의 물리적 형태와 시대별 특징을 연구합니다. 복잡하지요? 주로 고문헌을 연구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서지학은 고문헌을 연구하는 분야로 이해됩니다. 

웹진 인터뷰를 통해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 2016년도 웹진에서 [고문헌 산책]이라는 코너의 편집위원으로 매달 한 번씩 재미있는 고문헌 하나를 들고 인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웹진의 이 코너를 통하여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2. 고문헌 수집 방법이 궁금합니다.

대구의 봉산문화거리, 서울의 인사동,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 등은 고문헌을 판매하는 고서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한창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옛 것에 대하여 관심이 없던 시절에 고문헌은 이곳 고서점으로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씨족 마을을 형성하고 있던 농경시절에는 고문헌의 유통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산업화에 따라 이농 현상이 일어나고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대량의 고문헌이 고서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 저평가 현상도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모인 고문헌은 하나 둘씩 주인을 찾아 흩어지면서 유통량은 줄어들었습니다

물가가 상승하고, 고문헌의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앞 다투어 박물관 등을 설립 또는 확대하였고, 이는 고문헌 수요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격 고평가 현상도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더욱 유통량이 줄고 있습니다. 간혹 대량의 고문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 가족들이 책을 고서점에 판매하여 유통량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고문헌 수집은 그러한 유통 구조 속에서 주로 전문 고서점을 통하여 수집합니다. 수집 대상 자료는 보존 상태와 가치를 고려하고, 몇 차례의 검증 단계를 거쳐 수집 여부가 결정됩니다.

 

3. 가장 애착이 가는 고문헌을 꼽는다면?

   <신한첩>입니다. 효종, 숙종, 인현왕후 등 왕과 왕비 6인이 쓴 한글 편지 35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인데요. 2011년에 보물 1629-2호로 지정받았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왕과 왕비의 한글 편지라는 점입니다. 남성인 왕이 한글을 쓰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왕의 한글 편지가 11편이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숙종 편지는 6편인데, 지금 전하는 숙종 한글 편지는 8편이 전입니다. 그리고 잘 아시는 인현왕후의 편지는 이 책에 수록된 5편이 전부입니다. 다른 곳에 인현왕후의 한글 편지가 없는 것이지요. <신한첩>이 없었다면, 인현왕후의 한글 글씨를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4.  고문헌은 일반 사람이 접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고문헌이 가지는 가치나 의미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역사 기록물인 고문헌은 우선 기록된 문자가 어렵고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문헌을 주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관련 분야 교수님이나 대학원생입니다. 관련 분야 전공자가 주요 고객입니다. 그 분들의 손을 거치면서 고문헌의 내용이 쉽게 해석되어 일반인에게 소개됩니다. 또 심층 연구를 통해서 이전에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려졌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옛 모습을 하나씩 완성해 갑니다. 그 근거가 되는 기본 자료가 바로 고문헌입니다.

고문헌의 의미는 선대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역사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으며, 지금 우리에게 역사적 경험과 지혜의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동산도서관 7층에 있는 고문헌 상설전시실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오셔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료들을 보시면서 조상들의 삶의 모습을 만나실 수 있으니, 많은 관람 바랍니다.


 5. 고문헌 관련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혹시 준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요?

   <이 달의 고문헌 산책>을 들 수 있습니다. 고문헌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3시에 하나의 고문헌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오시면 됩니다. 이번 5월에는 문과(과거) 합격자가 망라되어 있는 <국조방목>을 만납니다. 합격자 가운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사례를 찾고 해당 사례자의 삶과 관련지어 살펴보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로 시간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고문헌은 이용보다는 보존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문헌을 스캔 또는 촬영하여 도서관 목록에 올리면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어 고문헌의 이용과 보존 모두에 좋습니다. 이 사업은 수업에 필요한 고문헌을 볼 수 있도록 하고자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100여 책에 대한 원문을 제공하고 있고, 수업용 자료로 요청이 있을 경우 우선 스캔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문 서비스를 하려면 구겨진 책을 바로 펴고, 스캔하고, 스캔 누락 여부 확인하고, 여백 잘라내고, 한권으로 합치고 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는 더디지만, 조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산도서관은 사립 대학교 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21종의 국가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지정문화재 4종까지 합치면, 모두 25종의 국가 및 지방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2004년 동산도서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지정문화재가 7종이었는데, 보물급 자료를 찾아 지정 신청을 계속 진행하여 지금은 25종으로 늘어났습니다. 다량의 지정문화재 보유는 우리 대학교의 홍보와 위상 제고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정 가치가 있는 자료를 조사, 발굴해서 계속 지정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6. 후배들이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책을 많이 읽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관심 분야를 탐색하여 계획을 세우고 읽든, 마음이 가는대로 무작정 읽든 관계없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으면 잡고 읽으십시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 없습니다. 목차를 보고 관심 가는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도 되고, 전체적으로 대충 훑으며 읽든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저자의 입장이 되어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는 것을 권합니다. 책 한권 낼 능력이 못되는 작은 자아를 부여잡고 비판적 독서를 한답시고 자기중심적으로 거부하다보면 공감 능력은 물론 작은 자아는 성장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인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읽어야 그것을 읽고 있는 나 자신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계속 읽다보면 읽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다양하게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만한 성과가 없다고 봅니다. 비록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무조건 읽어서야 되겠느냐? 주제나 계획 등을 세워서 좋은 책을 읽어야지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읽어봐야 자신의 눈으로 그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 책을 읽지 마시고, 시간을 정해놓고 습관처럼 책을 읽으십시오.

마지막으로 동산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대출해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로그인을 하면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읽은 책은 도서관 홈페이지에 간략한 서평을 남기면서 책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남기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 대출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10월 말에 시상도 있다고 합니다. ‘책이 있는 도서관과 가깝게 지내면 더 크고 밝은 미래를 만나볼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서관에 많이 오세요. 감사합니다.


<편집위원: 김한동 학술정보지원팀 수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