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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7호

[독.계.비]무기력이 문제다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이 달에는 배승완(기계자동차공학과, 1)에게 「나의 삼촌 부루스 리」를 추천받은 손준희(철학윤리학과, 4)군이「무기력이 문제다」허용범(경제금융학, 2)군에게 추천합니다.

  ‘무기력이 문제다.’ 이 책은 나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우연하게 학교 도서관을 통해 참석 할 수 있었던 (사)대구독서포럼에서 선정한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가지 개인적인 문제로 인하여 책을 만났을 당시 나 자신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내가 가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많이 요청해보기도 하였고, 해결이 나지 않을 땐 정신과 상담을 받을까도 고려해 볼 정도였다. 그러던 시기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책의 제목이 ‘무기력이 문제다’ 인 것을 보고 나는 어떤 강렬한 끌림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설마 이 책이 나의 문제를 짚어줄 수 있을까? 나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설렘에 사로잡혔고 나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무기력 관련 사례들은 나의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 어린 시절의 불행에서 오는 내재적 자아와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스트레스로 인한 학습된 무기력까지, 책에서 나오는 사례들은 내 짧은 인생의 자서전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책에서 설명하는 무기력에 관한 증상은 현재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은 하지 않고 내버려 둔 채 무의미한 일들만을 반복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졸업이 가까워진 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공부와 다양한 사회 경험, 취업 준비는 하지 않은 채 게임을 하거나 잠에 빠져 시간만 소비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이런 행동들이 게으름에 빠진 나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행동들이 과거 내가 경험했던 일들로부터 나오는 일종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가 갖고 있던 문제들을 객관화시킬 수 있었다.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문제들은 나만이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이며,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접하고 난 후의 나는 변해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나쁜 습관들을 객관화 시킬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내가 경험한 무기력한 생활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닌 나의 인생 안에 있어서 경험이라는 동력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었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짧은 순간의 행동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현실의 나를 구렁텅이에서 구원으로 이끄는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다.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물건이 갖고 있는 힘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내 삶은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한 걸음 한 걸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나를 대하는 모습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포럼이라는 아주 우연한 기회와 ‘무기력이 문제다’라는 책을 만난 나의 경험은 내 인생에 있어서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동시에 인생은 작은 부분 하나에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 다는 것과 그러한 작은 부분을 매우 큰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몇 시간을 전혀 뜻밖의 기회로 보낸 후의 나는 몇 시간 전의 나와는 매우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표지: Yes24

  - 사진: 손준희, 박경숙(람돌블로그: http://blog.naver.com/minanbo/140200385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