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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5호

[Library & People]동산도서관 독서토론클럽 10기와 11기 학생들의 독서토론 지도를 맡아 주신 교양교육대학 조미경 교수님

[Library &People] 독서토론클럽 학생들이 클럽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바른 책 읽기와 건전한 토론법에 대해 지도를 해 주신 교양교육대학 조미경 교수님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1. 동산도서관 웹진 구독자를 위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렇게 동산도서관 웹진을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무척 반가워요. 도서관 독서토론클럽이 처음 생길 때부터 지도 교수를 해 보고 싶었는데 무려 4년을 기다린 끝에 처음으로 작년 2학기에 지도 교수를 맡게 되었어요. 그리고 운 좋게도 올 1학기에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매주 1권씩, 한 학기에 10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죠.

  아직 도서관 독서토론클럽을 경험해 보지 못한 학생들에겐 정말 강추하고 싶어요. 좋은 책도 읽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딴 세상 사람일 것 같았던 교수님과도 매 주 만날 수 있는, 정말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이 도서관 독서토론 클럽이랍니다.

 

2. 독서토론클럽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도에 있어서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제가 모임 초기에 제일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에요. 독서토론 클럽에 오는 학생들이 학과나 전공이 다 다르고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보니 그 서먹서먹함을 빨리 떨치지 못해서 모임에 소극적으로 참가하는 일이 간혹 있더라고요. 그래서 첫 모음은 항상 제가 커피를 한 턱 쏘면서 시작하죠. 차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숫기 많은 학생들도 금방 마음을 열고 새로운 친구, 동기들에게 다가가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신경 쓰는 것은 책을 정독하게 하는 거예요. 대충 책의 줄거리나 핵심 내용만 읽어왔는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토론 마지막에 가장 감명 깊었던 명언, 명문장, 명장면을 하나씩 말해 보자고 제안을 해요. 그렇다고 제가 책 끝까지 안 읽었다고 야단을 치거나 핀잔을 주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저는 계속 지켜보다가 학생들이 놓친 부분을 짚어줄 뿐이지요. 그리고 책을 끝까지 안 읽은 학생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켜 읽지 않으면 못 배기게 만들어주는 게 저의 의도예요.

- 11기 독서토론클럽 "다독임" 회원들과 -

  독서토론클럽 운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을 이끌고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교수가 조용히 서포트해 주는 일인 듯해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임을 참관하면서 학생들의 얘기를 경청하다가 얘기의 흐름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거나,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할 때 간간히 개입해서 토론의 흐름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엔 작품을 좀 더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틔워줄 수 있는 몇 마디 얘기로 마무리를 해 주었죠.

 

3. 독서토론클럽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은?

  자신이 맡은 책을 미리 준비해서 열정적으로 모임을 이끌었던 모든 학생들이 저에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특히 올해 1학기 11기 독서토론클럽 '다독임' 팀에 들어온 새내기 1학년 학생이 첫 책을 맡아서 모임을 이끌었는데 책 내용을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와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풋풋하고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작년 2학기 10기 '28청춘'팀 학생들이 정말 저를 감동시킨 일이 있었어요. 그 해에는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버킷리스트등의 책을 읽으면서 가난하고 힘든 이들과 나누며 사는 삶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이 모임이 다 끝나고 도서관 독서토론 수료식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되어 받은 상금 일부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를 한 거예요. 그 때 팀장 학생이 저한테 보낸 카톡을 저는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 10기 독서토론클럽 "28청춘" 회원들과 -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더 있어요. 지난 6월 도서관 웹진을 통해 신소재공학과 박성진 학생이 독일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인 지멘스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성진군은 작년 10‘28청춘팀에서 독서토론을 함께 했던 학생이라 저도 너무 기뻐서 바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죠. 성진군의 글을 읽어보니 정말 독서 덕분에 취업을 했더군요. 전화면접에서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는 말로 면접관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듯해요. 앞으로 이 모임을 거쳐 간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행운이 따르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4. 독서토론클럽 지도는 팀의 토론도서를 읽고 지도를 해야하는 시간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평소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는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어요. 저희들은 그 책뿐만 아니라 수업 준비를 위한 참고문헌과 논문에 필요한 자료들도 봐야 하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죠. 그래도 독서토론 모임에서 읽는 책은 심각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아니라서 저한테는 잠깐의 휴식과 같은 독서 시간이었어요.

  일단 저는 책을 받아들면 바로 읽기 시작해요. 첫 몇 장을 읽고 나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간을 얼마나 들여야 할지 감이 오거든요. 고전인지, 현대의 베스트셀러인지, 문학서적인지, 자기계발서인지, 특정 분야의 전문 서적인지에 따라서도 독서의 강도가 달라져요. 묵직한 고전일 경우에는 독서 모임 하기 한 달 전부터 조금씩 문장들을 음미하면서 읽어나가요. 그래서 시간을 더 많이 들이죠.

  일년 동안 독서토론 모임 지도 교수를 하다보니 이젠 매주 책을 안 읽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독서 버릇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탈 때도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읽게 되고, 가족 여행으로 섬으로 떠나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도 제 손에는 책이 들려 있더군요. 예전에는 쓸모없이 날아가 버린 시간들이었는데 이젠 그 시간의 틈 사이에 활자들이 빼곡히 박혀서 그 다음 얘기를 궁금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 책을 다시 펼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거죠.

 

5. 진정한 독서와 독서방법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진정한 독서가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독서법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걸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일단 마음에 드는 아무 책이나 손에 넣어서 책장을 펼치고 첫 줄을 읽는 것, 이것이 다독보다 더 중요한 일이에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꼭 독서노트를 써요. 책에 나오는 좋은 문장들, 의미심장한 이야기들, 때론 난해한 문장들을 노트에 베껴 적는 거죠.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거나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 글도 노트에 적힌 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읽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글 행간의 의미들을 알아차릴 수 있죠.

  책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의 쾌감은 아는 사람만 알겠죠. 별 것 아닌데도 묘한 성취감도 느껴지고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멈춘다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짧은 독후감을 써보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어요. 한비야 씨도 읽은 책 마지막엔 짧은 독후감을 꼭 남긴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번 1학기 독서토론 모임을 한 모든 책에 대해 저의 독후감을 적었어요. 글을 적다보니 내 안에서 맴도는 의문들이 저절로 풀리고, 그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창작의 순간이기도 하죠. 그건 독서를 끝낸 쾌감을 넘어서는 환희를 느끼게 할 때도 있어요.

 

6.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과 추천 이유는?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은 이지성·정회일 작가의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이에요. 이지성 작가는 꾸는 다락방으로 잘 알려진 작가지요.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 쓰인 책이에요.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텔레비전 보고 인터넷 검색해서 인생이 변하셨나요?'라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요즘은 스마트폰까지 더 해서 평생 동안 매일 저녁과 주말의 귀중한 시간을 아낌없이 갖다 바친 이런 매체들이 결코 이뤄주지 못한 인생의 변화를 책은 단 다섯 시간 만에 가능하게 만드는 실로 놀라운 기적의 매개체이지요.

  저자들은 이 책에서 어떤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지, 자신한테 맞는 독서법은 뭔지, 어떤 단계를 밟아가며 독서를 해야 하는지, 독서 슬럼프에서 어떻게 빠져 나오는지, 독서를 생활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독서로 취업 혹은 창업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독서에 관한 모든 궁금한 것들을 이 한 권의 책 속에 다 담아내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한번 손에 잡으면 절대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이 제가 추천하는 결정적인 이유예요.

 

7.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이제까지 계속 책 얘기만 한 것 같네요. 책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린 여름방학을 신나게 즐기면서 다시 못 올 젊은 날을 제대로 만끽하는 건 더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한층 더 성숙하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