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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6호

[독.계.비] 운영전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이 달에는 권문수(한국어문학과, 2)군이 「운영전」이예지(한국어문학과, 2)양에게 추천합니다. 

  원수관계인 두 가문의 대립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한 운명적인 사랑과 그 비극에 대해 다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읽고서 슬퍼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감히 그 슬픈 이야기 앞에서 아무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속 사랑에 공감하고 비극적 결말에 아파할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향유할 수 있는 서양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그 때쯤 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만남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건 바로 『운영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운영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 국문학도로서 마음 아프지만,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욱 애절하고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인 『운영전』을 알고서 널리 읽히기를 바라며 『운영전』을 소개한다.

『운영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영이란 선비는 어느 날 수성궁에서 술을 마신 후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 한 소년과 여자를 만나고 그들이 들려주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듣게 된다. 옛날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의 집에 안평대군을 모시는 궁녀 ‘운영’이 살았다. 평소 안평대군이 총애하는 유생인 ‘김생’은 안평대군을 만나러 왔다가 ‘운영’을 만나게 되고 둘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안평대군 눈을 피해 만나다가 안평대군의 의심을 사게 되었고 이를 피해 ‘김생’과 ‘운영’은 도망 계획을 짜고 도망치려했으나 ‘김생’을 모시는 종의 배반으로 무산된다.

  그 후 ‘운영’은 외부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별실에 갇히게 되고, ‘운영’은 그곳에서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 소식을 들은 ‘김생’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깨보니 두 사람은 오간데 없고, 유영 앞에는 책이 한권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운영전』이다.

 『운영전』을 요약한다면 신분과 사회적 장벽을 초월한 김생과 운영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나는 그들의 사랑이 신분과 사회적 장벽을 초월하여 사랑을 나눴기에 결과적으로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이뤄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운영전』에서와 같이 철저한 신분이 존재하고, 사회적 장벽이 눈으로 보이던 시대에도 그 경계를 넘어서서 우리는 사랑을 했다. 하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 두려워서 이토록 사랑을 아끼는 것 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지금도 눈에 띄지 않는 신분과 사회적 장벽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진실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이겨내고 『운영전』처럼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고 또 『운영전』과 다르게 행복한 결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젊은 우리들이여, 드라마 속 재벌 2세와 가난한 여주인공의 사랑에 감동하고 감탄하면서 현실은 절대 저러하지 못하다고 생각지 말자. 국내 대기업 S사 회장의 딸이 자신이 경영하는 S호텔의 평사원과 결혼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시간은 어느 덧 가을의 중턱에 와 있고, 곧 겨울을 맞이하려고 서두를 것 이다. 우리 이번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 동양최고의 고전소설 『운영전』을 한편 읽고서 이 가을, 이 말 한마디 가슴 속에 새기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랑은 신분과 사회적인 장벽을 초월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젊은 우리여 사랑하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우리여 사랑하자.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인물-권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