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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2호

[북콘서트] 부디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이승기'여행을 떠나요'

[북 콘서트] 북 콘서트는 함께 읽고 싶은 책, 같이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로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는 시인이자 여행가인 최갑수작가가 1998년도부터 2012년도까지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기록을 담아 낸 포토에세이다. 일상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삶의 소중한 단면들, 생의 비의를 한 번에 감싸 안는 풍경들 등 카메라로 담아낸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들과 글귀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낯선 여행으로 이끈다. 여행을 통해 사랑을,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가의 진심이 묻어나는 책이다. 

 

 

피곤해요, 좀 피곤하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여행자니까요. 이제, 뭐, 이정도 쯤이야...하고 산답니다. 트렁크를 열고 자이푸르에서 입었던 반바지와 티셔츠, 샌들을 꺼내고는 삿포로에서 입을 스웨터와 털보자, 장갑을 챙겨 넣는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뭐, 아직 그 정도 경지는 아니고 체념하는 정도랍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의 본질은 피곤한 것이에요.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비행기는 연착이죠. 기차역은 언제나 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이죠. 예약한 숙소 문을 열 때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건 커다란 바퀴벌레이며, 샤워장 바닥은 왜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인지.... 여권은 어디에 뒀더라? 카메라는 오늘따라 고장이고 역시나 택시기사에게 바가지를 쓰고 말았군요. 우리가 기대했던 여행지는 사실 별거 아니구요. 젠장, 오늘 투어는 정말이지 엉망이었죠. 가이드는 대놓고 팁을 요구했구요, 소나기까지 내려 비에 흠뻑 젖고 말았죠.

네, 맞아요. 이런게 여행입니다.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하루, 여행은 그런 하루가 일주일 또는 보름, 혹은 일 년 동안이나 이어지는 일이죠. 우리가 책에서 보아온 여행에 대한 빛나는 수사들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처음가보는 낮선 땅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잘 풀린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참 이상한 일이죠. 이 모든 걸 감수하면서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나니까요. 여행길에서 온갖 것들에게 저주를 퍼붓다가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던지면서 이렇게 소리치죠. ‘다시는 이따위 여행을 떠나지 않겠어. 그 돈으로 차라리 츄파춥스를 사서 거리에 뿌려대는게 나아’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슬그머니 지구본 앞으로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집게손가락으로 지구본을 빙그르르 돌리며 어느 한점을 뚫어지게 바라보죠.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죠. 눈을 감고 그것을 잠시 상상해봅니다. 가슴은 어느새 두근대기 시작하구요. 마음은 이미 허공에 1미터쯤 떠 있죠.컴퓨터 앞에 앉아서 항공권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프로모션 중인 티켓이 있군요. 서둘러 통장잔고를 확인합니다. 좀 모자라는 것 같지만 아껴 쓰면 될 것도 같아요. 문득 이번 여행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듭니다.

 

사실 생활이나 여행이나 피곤하지는 마찬가지. 그럴바에야 여행을!!
내 생은 아직도 여행 중. 생활이라는 곳에는 아직 도착하고 싶지 않아요.

 


  평소에 친구 혹은 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나, 책의 한 구절을 신청곡과 함께 이메일로(don@kmu.ac.kr) 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노래가 매월 북 콘서트 코너에 실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YES24,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동영상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