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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5호

[독.계.비]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이 달에는 김효주(문헌정보학과, 4)양에게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를 추천받은 정혜지(연극예술과, 3)양이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를 이금강(경영학과, 4)군에게 추천합니다.

 

  마음의 평화. 요즘 들어 내가 느끼는 것이 있었다. 내 걸음걸이가 길을 가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유난히 빠르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쫓기듯 시계를 보며 빠르게 걷는 내 모습을 문득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서두르지 않으면 불안한 것일까? 음식을 먹을 때도 그러했다. 친구들과 또는 동료들과 함께 식사 시간을 가질 때도 나는 왜 그렇게 먹는 속도가 빠른 것인지 항상 먼저 다 먹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먹어야지' 하면서 맛도 보지 않은 채 씹어 넘기기 일수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음식을 맛으로 먹은 적이 거의 없고, 음식을 단지 배고프니까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원'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급하게', '빨리빨리' 하려고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뭐가 그렇게 나를 촉박하게 만들려는 것일까? 아마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성공해야만해, 나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얼른얼른 서둘러!' 라면서 늘 스스로를 재촉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내게 이유에 대한 답을 알려주었다. 빠르게 달려가느라 진정 가치 있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호흡을 한 번씩 지켜보며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 보라고 말한다. 느린 속도로 보이지만 달팽이는 우주가 정한 자신의 시간에 결코 늦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목스님은 말한다.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스님은 내게 큰 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을 느껴보게 하였다. 내 몸은 '현재'에 살면서 마음은 '미래'에 가 있었던 것이다. 내 불안과 조급함은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에 찾아왔던 것이다.

 

  나에게는 상황을 눈에 보이는 상황 그 자체만 바라보고 일편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한다면, 내 삶은 평화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이라도 내게 마음의 여유를 안겨주었다. 마음의 질주를 멈추고, 나 자신과의 만남 내면과의 만날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요즘 매일 하루 한번씩 '차 한 잔의 평화'를 실천하고 있다. 김이 오르는 홍차를 마실 때면 온 세상에 평화가 내려앉은 기분이 드는 것이 참 좋다. 이러한 마음의 평화는 온전히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적어도 책을 읽고 난 하루 동안만큼은(내 마음에 평화가 내려앉은 이 시점에서는) 세상이 고요하고 모든 것이 유유히 흘러갔다. 내 몸에서 불안이 사라지고, 모든 걱정거리들이 하나하나 풀려가기 시작했다.

 

<책표지 사진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