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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y & People] 이종한 인문대학 학장

2011년 8월 1일자로 인문대학 학장직을 맡으신 중국어문학과 이종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1. 학생 또는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인사말

  반갑습니다. 중국어문학과에서 중국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종한입니다. 도서관을 통해 도서관 애용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2. 20대였을 때 가장 치열하게 몰두했던 것
 
  할아버지께서 한학자이셨는데 한자, 한문, 한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약이나 고서 냄새를 맡아도 머리가 상쾌해졌지요. 중국공부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도구로서의한자, 한문,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소장된 중국 고전 관련 번역 자료를 닥치는 대로 읽다가 원전 해독능력이 일정 수준에 이른 후에는 원서를 통해 중국을 알아가는 공부에 더욱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3. 대학시절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셨는지요?
 
  대학에 입학하여 바로 한 교수님의 조교를 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공부하지는 않았고 대신도서관 책을 많이 빌려 보았습니다. 비사장학생에게는 일반 학생의 두 배만큼 책을 빌려주었는데 대출증이 언제나 꽉 차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책 뒤 북 포켓에 대출카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누가 언제 대출하고 반납하였는지 기록하는 카드였는데 대출카드의 맨 첫 칸에 이름이 적히는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교수님들께서 빌려보셨던 기록 다음에 제 이름이 적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4. 30~40년 전의 동산도서관과 오늘의 동산도서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40년 전에는 도서관에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현재 대명캠퍼스의 대명바우어관이 도서관이었습니다. 지하와 1, 2층이 있었는데 열람실도 지금에 비하면 아주 초라했습니다. 현재는 장서의 수나 자료의 다양성 그리고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5. 최근 언론 등에 인문학, 문사철, 고전강좌가 트렌드입니다. 인문학은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Nano의 세계로까지 미분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파편화되고 개인에 갇혀 칸막이가 쳐지고 메마르게 된 것이 현대인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러다 어떤 삶이 참삶일까 고뇌하게 됩니다. 또 학문적으로도 지금은 정보량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정보를 의미 있게 분석하고 해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은 인문학에서 나옵니다. 인문적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볼 때 삶의 숨통이 트이고 참삶의 의미가 찾아지지 않을까요? 

  

6. 우리 대학 학생들이 쉽게 인문학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인문학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목표가 무엇이냐 물으면 취업이라고 합니다. 취업 후에는 뭐 할 것인가 물으면 거의 답을 못합니다. 인생 전체를 두고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봉사하는 삶을 산 사람들의 전기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인생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의 나누는 삶을 엿보기 하다가 점차 선현들의 삶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것이 인문고전이고 인문학 공부입니다.
 

7. 도서관의 우수 이용자로서 도서관에 바라는 점이 있습니까?

 
  도서관을 잘 이용하는 사람을 향한 서비스도 중요합니다만 도서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이고 친절한 안내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또 중국서나 한자로 된 자료를 검색해 보면 틀린 한자음 표기가 많이 나옵니다. 수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8. 인상 깊은 도서관, 소개하고 싶은 도서관 서비스의 경험이 있습니까?
 
  인구 35,000명의 소도시, 미국 미네소타 주 로즈빌도서관은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용자가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입니다. 이용자의 질의에 사서가 끝까지 찾아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성의가 아주 인상 깊었고, 남녀노소가 각자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탐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9.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첫째, 먹고, 자고, 수업하는 시간 외에는 도서관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가끔 도서관이 24시간 개방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도서관이 24시간 개방되게 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시험이 있거나 없거나 도서관에서 살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공부하지 않고 시험기간에만 와글와글하면서 24시간 개방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도서관이 자연스럽게 24시간 개방되도록 우리 학생들이 평소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우리 주위를 한 번 돌아보세요. 복장도, 화장도, 전공 선택도 너무 획일적입니다. 인기아취(人棄我取)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버린 것을 내가 취한다는 뜻인데 그런 곳이 요즈음 말로 블루오션입니다. 현재의 인기와 추세에 흔들리지 말고 남들이 안 하는 것,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와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가꾸어가는 끈기와 정성이 필요합니다. 인십기백(人十己百) 곧 다른 사람이 열 번 하면 나는 백 번 한다는 의지로 한 분야에 1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용기와 끈기와 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길 바랍니다.

[박춘화 bom@gw.kmu.ac.kr]
[사진출처: NEW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