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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1호

[내가 쓰는 글] 걸은 만큼 네 길이 될 것이다

[내가 쓰는 글] 신소재공학과 최지연 학생의 국토대장정 참가 수기를 싣습니다.

 

뙤약볕 아래 생고생

 

 처음 TV로 접했던 국토대장정의 느낌은 '뙤약볕 아래 생고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생각도 조금씩 깊어지고 커지면서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해보고 싶은 것, 대학생 때 꼭 해봄직한 의미 있는 것 중 한 가지로 나의 위시리스트에 국토대장정은 자리했다. 내가 이십 대에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로망으로 말이다.

 

 나는 23살이 되던 작년, 이십대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15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바로 뙤약볕 아래 생고생... 예로부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도 있듯이 남들은 고생이라 말하는 국토대장정이었지만 그 고생이라고 하는 것도 그때가 아니면 내 것이 될 수 없는 귀한 경험으로,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그건 그냥 고생이 아니라 값진 삶의 한 순간으로 나와 함께 하고 있을 것이고, 그 때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그 경험은 훗날 삶이 갑갑하고 막막한 순간과 마주하였을 때, 현실에서 내 숨을 틔어주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나는 그 생고생을 사서 하려 하였다.

 

 나의 간절함이 커서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그리도 참여하고 싶었던 국토대장정의 단원으로 나는 합격을 하였다. 합격 후 국토대장정을 준비하는 나를 두고 다른 이들은 그 힘든 일을 왜 하려하느냐고 물었다. 취업준비는 하지 않을거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왜 고생을 사서하려고 하느냐며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라는 말도 하였다. 그러한 말들을 들으니 나의 마음은 더 가고 싶어졌고, 끝까지 해내고 말 것이라는 다짐도 더 굳어졌다.

 

그렇게 나는 23살 인생의 가장 임팩트있는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시작하였다.

 

 

<신소재공학과 최지연 학생>

 

 

타오르는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타오르는 내 몸 안의 정열

 

 취업열기에 불이 붙기 시작하고 대학생활의 막바지인 4학년, 그동안 누르고 억제하였던 피 끓는 내 안의 열정을 모두 꺼내어 불사르기 위해 참여한 국토대장정은, 살이 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극한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면서 내 몸안의 정열뿐만 아니라 나의 진정한 참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고 긴 길을, 뭉쳐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믿으며,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 되어 함께 가던 그 순간 속에는 내가 바라고 그리던 국토대장정의 진정한 모습이 함께 숨쉬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마음모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조금씩 앞으로 전진 해 나갔고, 그 과정을 통해 길고 고통스럽기만 하던 국토대장정이, 모두 함께 대장정의 끝을 밟고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까지 우리를 하나되게 해 주었다. 

 

 

 

 

 우리들은 마음이 말하는 그 방향으로 잘 흘러왔고, 그렇게 흘러 국토대장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 되어 모였다. 그것이 젊은 날의 맥락 없는 객기였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들이 원한 것이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안겨주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엔 꽤 치열하고 고통스러웠던 일들도 시간지 지나면 흐뭇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그 때의 우리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과 마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그 고통스러움을 느끼려고 그 곳으로 찾아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각자가 원하는 것은 다 다를지라도 그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진정한 자신과 만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찾고 싶어서 찾아 온 것이었을 것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모든 고통을 감수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선택한 이 길에서 내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거나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나는 잘 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길을 걸으며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5일차? 13일차? 그 생각들은 단순히 드는 잡생각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들로, 스스로를 찾는, 내 중심을 잡는 질문들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을 향한 질문들이 생겨나게 된 것은 현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 부모님과의 만남 -

 

 나는 너무도 원해서 왔던 길 위에서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싶기도 하었고, 그러면서도 정도껏 길 위의 현실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함께 걷는 이들을 위해서 적당히 현실에 수긍했고, 적잖이 힘든 내 몸과 마음을 달랬다. 집에서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발이 으스러질 것 같고, 뜨거운 태양에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황을 힘들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그렇게 우리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위해 때때로 거짓말쟁이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것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넘나드는 척을 하며 이미 결정한 것에 대해, 그것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나 자신과 우리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의 과정이 무조건적으로 다들 힘든 것은 아니다. 국토대장정을 만만하게 봐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몸이 못 버텨줄까 두려워할 것도 없다. 국토대장정은 자신의 체력보단 정신력,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완주 후 조원들과 함께 -

 

나에게 남은 것

 

 국토대장정을 통해 누구는 사람이 남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추억이, 또 다른 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가 남았다고 할 것이다. 580.6km라는 긴 거리를 걸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난 지금까지 그때의 경험과 느낌이 몸과 마음 곳곳에 남아있다.

 

 국토대장정이 나에게 남긴 것 중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다. 국토대장정 완주 이후에는 무엇을 생각하든 국토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고, 무엇을 하든 국토사람들과 함께 하였으며, 누구와 이야기를 하여도 오로지 국토이야기였다.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난 지금도 내 인생에서 국토대장정은 배제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것이 바로 국토병이다. 대장정인(국토대장정 완주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단어다. 농담 삼아 우스갯소리로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직접 완주를 해 본다면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가슴 속 깊이 우러나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끈끈한 그 무엇, 타오르는 열정을 함께 나누고, 뜨거운 눈물을 함께 흘리고, 따뜻한 품을 함께 나눠 본 우리들만이 알 수 있는 그것, 바로 그것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들의 국토병이다.

 

 

 

 위시리스트에 한 줄로 남을 줄 알았던 국토대장정을 작년 여름 해내고 나는 거기서 끝이 날 줄 알았다. 완주 후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내고 평범한 일상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국토병에 걸려 허덕이긴 했지만, 지난여름의 기억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행복한 시간이었고, 좋은 추억이었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나를 너무 외면한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앞으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그동안은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꾹꾹 누르고 참아서 그냥 모르는 척 했었던 것이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잠잠해져있던 국토병이 다시 살아났다. 한 번만, 딱 한번만 더하고 싶다는 욕망과 간절함은  스텝의 자격으로 국토대장정에 한 번 더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나는 많은 국토병 환자들 중에서도 정도가 조금 더 중증인 환자인 듯하다.

 

 국토대장정 이후 나의 시간과 계절을 환산하는 법도 바뀌게 되었다. 모든 것은 여름을 기준으로 흘러간다. 작년 여름을 회상하며, 그 해 겨울, 그리고 새로운 대장정을 준비하는 봄, 그리고 다시 여름.  2013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7월의 2021일이란 뜨거운 일정은 작년에 탄 피부가 아직 채 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까맣게 탄 피부를 나에게 선물할 것이다. 2013년의 국토대장정은 작년과 달리 나에게 또 어떤 생각과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 줄까?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2012년에도 그랬듯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값진 시간들을 통해 그 속에서 더 성장한 나로 돌아 올 것이 분명하니까 나는 행복하다. 그리곤 다시 2014년의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겠지.

 

 

 

뜨거운 길 위에서의 국토대장정!

내 인생의 꿈, 그리고 내 이십대의 꿈!

올해의 꿈, 올 여름의 꿈!

하루하루의 꿈으로 국토대장정이 실현 되었을 때, 난 그 누구보다 행복했고 그 어느 때보다 최지연다웠다고 자부한다.

 

국토대장정은 걸은 만큼 네 길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스무 하루 인생의 길 위에서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어 돌아 올 수 있다. 그러니 여러분도 국토대장정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면 그 멋진 경험에 지금 당장 도전해보기를...

 

<사진출처: 동아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