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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칼럼] 육상경기의 과학적 메시지

웹진 38호 [동산칼럼]에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최를 맞이하여 본교 체육학과에 재직 중인 김기진 교수에게 육상경기의 과학적 의미에 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올림픽 및 월드컵축구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년마다 개최되어 연인원 65억 이상이 TV중계를 통해서 시청하는 범세

계적인 이벤트로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다. 매 대회마다 10초 이내에 100분의 1초 찰나를 다투는 짜릿한 레이스로서 지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남자 100m의 ‘인간 탄환’ 대결,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미녀들의 경연장인 여자 장대높이뛰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점철된다는 중장거리 트랙경기, 인간 투혼의 드라마 역사를 창출하는 마라톤 경기 등을 연출한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단 1명도 결선에 진출 못하고 노메달에 그친 한국은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결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육상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마라톤은 세계 강국의 대열에 오른 바 있으나 최근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저변의 미흡으로 여전히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의 류시앙이 이룬 경이적 성적, 여전히 장거리 강호로 군림하고 일본 육상 등을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육상 경기력 도약에 호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우리 선수들의 노력과 결실을 직접 국민들이 지켜볼 경우 육상 스포츠를 통한 새로운 긍지와 자부심을 창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육상경기는 인간 생존을 위해서 요구되는 기본 동작인 달리기, 뜀뛰기, 던지기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이다. 그 기원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나면서 육상경기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시시대의 인간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동물이나 외부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비롯한 가족과 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달리기, 뜀뛰기, 던지기 등의 본능적인 움직임들이 필요하였다. 원시시대의 생존과 수렵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과 들을 달리고, 뜀뛰며, 투쟁을 벌이는 과정과 무기를 던지는 동작들이 언제, 어디서부터 스포츠화가 진행되어 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대 올림픽이 처음에는 달리기 한 가지로 시작되었다.

  고대올림픽의 경기 종목은 제1회 경기부터 제13회 경기까지는 단거리 경주뿐이었다. 달리는 거리는 1스타디온으로 약 191.25m였다. 스타디온은 경주로의 길이와 경기장 내의 직선을 달리는 경기라는 뜻으로 오늘날 대경기장(스타디움, stadium)의 명칭으로 남아 있다. 출발선은 너비가 1.20m 정도이고 발을 딛기에 편리하도록 홈이 파여 있는 출발용 돌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출발은 고정된 돌 위에서 선 자세로 행하여졌다. 돌기둥으로 갈라져 있는 20개의 구획이 있어 20여 명이 동시에 경주할 수 있었다. 부정 출발을 엄하게 단속하였으며, 달리는 방법은 두 팔을 크게 흔들고 허벅지를 높이 들어 올리며 윗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인 모습이었다. 제14회 경기부터는 2스타디온 달리기로 경기장의 주로를 1회 왕복하는 중거리 경주가 채택되었고, 제15회 경기부터는 12∼24스타디온 달리기로 경기장 주로를 6∼12회 왕복하는 장거리 경주가 채택되었다. 달리기 종목만 실시했던 고대 올림픽에 다른 경기 종목이 추가된 것은 제18회부터이며, 이때 5종경기가 채택되었다. 5종 경기는 도약, 달리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 육상 경기를 살펴보면 달리기는 직선주, 왕복주, 장거리주, 무장 경주의 네 종류가 있었는데, 모든 종목은 맨발로 하였다. 도약에는 높이뛰기, 멀리뛰기, 뛰어내리기의 세 종목이 있었는데, 멀리뛰기가 가장 중요시되었다. 멀리뛰기는 약 12m의 거리를 도움닫기하여 발 구름판의 위치에서 두 팔을 뒤로 당기고 도약과 동시에 두 팔을 앞으로 흔들고 착지할 때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두 팔을 뒤로 가져갔으며 거리는 붉은 끈으로 표시되었다. 원반던지기는 고대 그리스인이 애호했던 경기였다. 창던지기는 멀리던지기와 정확히 던지기의 두 종목이 있었으며, 창의 길이는 약 2m로서 지금처럼 도움닫기에 의해서 던져졌다. 창던지기는 원반던지기에 비하여 힘보다도 기술이 중요시되었다. 고대 올림픽은 디오니시우스 1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기독교 외 다른 종교를 금하였기 때문에 기원전 393년 제293회를 마지막으로 오랜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되면서 올림피아 신전이나 경기장의 많은 시설도 파괴되었다. 그로부터 14세기 반이 지난 1859년 그리스가 터키의 지배하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독립기념 부활 올림픽이 열리기까지 육상경기는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고대의 육상경기는 단거리에서 출발했지만, 근대의 육상경기는 장거리부터 시작되었다. 찰스 2세 시대(1660∼1685)에 영국의 귀족들 사이에는 각자가 고용하고 있는 풋맨(마차를 끌고 말을 보살피는 사람, footman)을 도로에서 경주시켜 내기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당시 도로상태가 나빠서 마차가 흔들렸으므로 여행하는 귀족들은 다리가 튼튼한 풋맨을 고용하여 마차가 달리는 길을 미리 정리하거나 다음 도착지에 보내 휴식이나 숙박을 준비시켰는데, 그들 풋맨들로 하여금 달리는 장거리 경주를 벌이게 한 것이다. 이러한 풋맨들은 그 후 도로가 정비되고 철도가 부설됨에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나, 그 후에 직업 달리기 선수로 전향하고, 장거리 경주는 널리 전파되어 귀족 자제들도 가명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등 일반 대중들도 참가하게 되면서 영국에서 시작된 육상경기의 시초를 이루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근대 육상경기가 그 틀을 잡은 시기이다. 허들을 포함한 트랙경기와 필드경기의 종목들이 거의 갖추어졌다. 근대 올림픽 대회가 탄생한 후에 다른 스포츠 경기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육상 경기도 매우 빠른 속도로 보급, 발전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근대 육상경기는 르네상스로부터 비롯된 자연주의적인 사상을 받아들였다. 독일의 바제도우는 1774년 자연주의 교과 과정에 처음으로 달리기, 뜀뛰기, 던지기, 레슬링 등의 고대 그리스 운동을 도입했고, 프랑스의 마모로스도 체육 지도자 양성의 교과 과정에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등을 채택하였다. 그 뒤 이튼, 차터 하우스 등 명문학교들이 육상경기를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으며, 이는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까지 확대되었다. 대학의 스포츠클럽이 탄생하고 대학간의 육상경기대항전이 개최되기 시작했으며, 영국, 미국 등에 육상경기 단체도 구성되었다.

  육상경기를 대회로 조직한 것은 영국의 퍼블릭스쿨과 대학이다. 1837년, 이튼학교에서 최초의 학급대항 육상경기가 있었으나, 최초의 육상 경기 대회는 1864년 3월 5일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대항전이었다. 1866년 3월 23일 최초의 영국선수권대회가 런던에서 개최되었으며,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아마추어 규칙이 적용되었다. 1913년 베를린에서 최초로 국제 조직인 국제육상 경기연맹(IAAF)이 결성되어 제1회 총회를 개최하였다. 2차대전 이후의 스포츠는 시설, 용구, 장비의 개량, 훈련의 과학화 등으로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1948년에는 사진 판독기가 등장하였으며,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는 마법의 융단이라는 우레탄 트랙이 설치되었다. 스타팅 블록과 출발 신호의 개선은 더욱 기록을 단축하였으며, 스파이크(경기화)와 유니폼의 변화도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훈련방법, 주법연구, 생리학, 인체공학 등도 기록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 때 처음으로 전광판은 관중이 그때그때 기록, 결과, 선수를 확인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해주게 되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TV가 위성중계를 하면서 육상경기의 발전을 촉진하였다. 육상의 과학적 훈련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생리학, 인체공학, 생화학 등 다각적인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인간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알 수 없을 정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198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 열렸으며 3회 대회까지는 올림픽, 월드컵과 같이 4년마다 열리다가 4회부터는 2년마다 열리고 있다. 2009년 베를린대회에 이어 올해 대구대회가 제 13회 대회이며, 제 14회 대회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다. 지금까지 열두 차례 개최된 가운데 아홉 번은 유럽에서 열렸으며,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는 캐나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독일에 이어 월드컵, 하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일곱번째 국가가 됨으로써 세계적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발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스포츠의 메가이벤트 유치는 흔히 변화와 발전을 창조하는 계기를 제공하며,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기회,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도약, 지역민의 일체감을 다지는 계기, 세계 속의 도시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대회 후의 변화와 발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준비는 역시 육상경기의 지속적인 발전일 것이다. 육상경기의 발전은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강국이 되기 위한 바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마라톤을 제외한 육상 스타 빈곤에 허덕여 왔으나 86아시안게임에서 장재근, 임춘애, 김복주 등의 스타를 통해서 충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트랙 및 필드의 올림픽스타를 발굴해내지 못한 가운데 88올림픽을 치룬 바 있으나 이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한국 육상의 경기력 향상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는 유망선수의 빈곤과 저변의 부족, 이와 관련된 체계적, 적극적 투자의 미흡을 쉽게 제시할 수 있다. 우수선수의 발굴은 기본적으로 저변확대의 활성화와 불가분의 관련성을 가진다. 최근 웰빙 추구의 활성화를 통해서 생활체육으로서의 육상인구는 엄청나게 증가된데 반해서 상대적으로 선수층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구개최로 국민들의 육상경기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조건을 육상 선수층의 확대로 연결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모든 준비는 대회 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며, 대회 준비와 개최과정에서 얻어진 효과와 시설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비해야 한다. 대회 개최 후 시설은 국제적 육상훈련센터, 생활체육의 테마파크화, 스포츠과학연구단지 조성, 스포츠건강산업의 육성 등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하며, 아울러 국제육상대회의 지속적 개최를 시도하며 종합적 스포츠타운으로 육성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 후의 변화는 육상경기에 국한해서는 않될 것이다. 육상경기의 발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상을 매개로 한 대구의 변화와 발전을 계획해야 한다. 대구의 글로벌 브랜드화, 대구시민의식의 선진화, 스포츠산업 육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 등을 추진해야 한다. 대구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육상대회 개최도시로서의 지리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되 대구시민의식의 변화와 발전이 강조되어야 한다.

  육상경기와 관련된 국민건강을 위한 노력의 최대 변화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최근 건강을 위해서 걷기, 조깅, 마라톤을 즐기는 시민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육상경기를 통한 생활체육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걷기, 조깅, 마라톤은 단순하게 걷고 달리는 운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 때로는 엄청난 운동량과 초인적인 강인함 등과 아울러 자연환경과 인간의 적절한 조화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간과 과학의 조화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과학의 역할과 발전이 요구된다. 걷기, 조깅, 마라톤을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심장에 대한 부담은 물론 지면 반력에 의한 충격량, 표면 및 내리막 달리기에 의한 신체 자극, 유연성 및 근육기능의 부조화로 발생하는 상해, 신발 및 환경변화와 기술적인 문제점 등에 의한 상해발생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과학적, 체계적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강조되어야 한다. 국민 건강의 위협요인으로 강조되고 있는 비만인구의 급증,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강조되고 있는 순환계 질환자의 증가, 특별히 우리나라 국민의 상대적 환자수가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는 당뇨병, 의료적 접근의 제한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뇌졸중, 여성 질환의 대표적인 유형인 골다공증, 노인인구의 증가와 관련하여 치매 등의 질환 예방 및 처치를 위해서 걷기 및 조깅을 포함한 육상경기 중심의 운동프로그램이 가장 높은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관점을 고려해 볼 때, 이의 체계적 연구와 국민적 관심은 국민 건강을 위한 토대를 이룰 것이 분명하다. 최근 육상 특히 마라톤 인구의 급증과정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점은 주요 건강 마라톤 대회에서 부상자의 증가는 물론 심지어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이에 관한 절대적인 중요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생활체육 참여율의 증대는 국민들의 건전한 활동과 과학적인 체력관리를 통한 체계적이고 바람직한 생활체육 활동이 성취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과학적인 체력관리를 위한 전담 기관의 설치 및 운영은 생활체육 발전과 국민의 건강한 삶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도시로서 국제적인 첨단의료복합도시의 자격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역사 속에 남겨두어야 한다. 그동안 준비 해왔던 모든 과정은 물론 현장에서 흘린 모든 땀과 어려움들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서 제대로 기록되어야 만 우리는 계속적인 변화와 발전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육상경기는 특히 기록의 과학이다. 과거 원시인에서부터 고대올림픽, 근대올림픽, 그리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서 육상경기는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기록으로 남겨져 왔다. 이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육상 트랙의 비밀, 세계적인 육상선수의 특성, 첨단육상경기장의 과학, 기록의 인간한계로서 종목별로 깨지지 않는 기록과 예측 기록, 육상선수들이 섭취하는 식단과 음료수의 종류와 변화, 육상선수의 심장, 발과 신발, 유니폼이 가진 비밀, 도핑의 허와 실, 인종에 따른 육상경기의 역사와 변화 등과 같은 육상경기에 얽인 모든 과학적인 지식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게 될 것이며, 우리의 아름다운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양봉석 ybs@gw.kmu.ac.kr]
[사진출처: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