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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메시지

"세상의 빛"

김 문 영 목사(교목실)

 

 

 

미칠 듯한 외로움..

스물넷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새벽이 되면 어디서부터 엄습해 오는지 알 수 없이 스물 스물 기어들어 와서는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상상하도록 이끄는 외로움에 치를 떠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철들고도 남은 나이, 군대도 갔다 온, 늦은 줄은 알지만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 남자의 빈틈을 뚫고 들어오는 외로움의 출발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린 날의 경험이었습니다.

 

8살쯤 되어서 누워있었던 안방 그리고 세상을 짚은 어둠속으로 몰고 갔던 검은 구름과 순간 번뜩이며 마치 자신의 머리로 떨어지는 듯한 섬광에 대한 무서움.

 

땅을 뒤엎을 만한 거대한 울림과 모든 것을 휘몰아 갈 듯이 땅을 두드리던 빗소리.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누구라도 함께 있었더라면 이 아픔의 기억들은 그저 어린 시절의 함께하는 경험뿐이었을 텐데 아무도 없는 혼자된 외로움은 더 무서운 고통으로 남아 때때로 엄습하는 외로움과 절망의 기억의 편린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의 눈과 남의 시선들을 의식해서인지 아니 제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는 자존심의 발로였던지 누구에게도 한 번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 미칠 것 같은 외로움.

 

도움을 요청하는 한 남자의 편지입니다.

 

모두가 느끼는 감정

 

이 편지를 읽으면서 ‘조금씩은 다르지만 모두가 비슷한 외로움을 경험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스스로 목숨을 끊다’라는 보도의 주인공들.자신만만해 보이던 사람들, 누구와 비교해도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 삶에 더 열심이었고 성공과 출세를 위해 뛰어가던 사람들. 어쩌면 더 외로웠기에 그렇게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 외로움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외로움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남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한 헤세의 말처럼, 음악을 듣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 브라우닝의 고백처럼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에서 스스로 외롭게 살아가는 천재가 되기보다는 보통사람으로 무지하게 애써 외로움을 모르는 것처럼 무지한 척 사는 것이 우리의 평범한 모습입니다.

 

외로움을 이기는 빛

 

12월입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아담스 채플의 성탄의 불이 켜졌습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불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왜 트리를 장식하는지, 불빛을 비추는지, 그저 ‘아름답다’라는 표현으로 불빛에 대해 답을 합니다. ‘성탄의 불빛, 예수그리스도의 오심은 과연 무엇일까?’하는 질문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그저 사진 촬영의 대상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지난 2,000년 동안 밝혀온 불빛은 그저 한 계절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불빛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빛은 외로움을 이기게 하는 빛이요, 민족과 개인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던 빛 이었습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찬양하던 천사들의 고백과 2,000년 전 하늘에서 동방의 박사들을 인도했던 그 빛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래 꿈도 소망도 사라져 버린 민족 위에 역사의 기다림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이 빛은 외로운 민족을 향한 은혜의 빛, 함께 하신다는 오시는 메시아의 빛이었습니다.

 

그 빛은 또한 간음한 여인의 삶을 향한 빛이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용서 받지 못할 삶, 동정의 시선조차 사라져 버리고, 심판의 도끼만이 내려 찍히길 두려워 떨고 있는 여인의 뚜려워 떠는 가슴을 품는 빛. 그것은 완전한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용서와 사랑의 빛이었습니다.

 

한줄기 빛이 되어

 

저마다의 외로움의 편린들이 민족에게도 개인에게도 가득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이 이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빛이 비추어지는 곳마다 제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 이야기 할 곳 없고,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기댈만한 언덕도 없는, 가치도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세상,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질 않아 포기해 버리고 시대의 풍조라고 우리의 삶의 방향을 내 맡기며 살아가는 삶의 한가운데서 다시 성탄의 빛이 비쳐지고 있습니다. 계명대학교 꼭대기에서 성탄의 빛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2,000년을 이어오는 성탄의 빛, 민족을 향한, 나라를 향한, 나와 너를 향한 소망의 빛, 구원 빛, 용서의 빛, 삶이 변화되게 하는 빛, 새 생명의 빛, 기다림과 응답의 빛이 비쳐지고 있습니다. 이 빛은 우리학교의 역사이며 또한 우리의 사명입니다.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약속의 빛입니다.

 

외로움이 결코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음은 이 약속이 오늘 우리 계명인들을 통해서 실현되고, 경험되어 외로움과 불가능의 편린들을 거두어내고 새 생명의 씨앗들이 심겨지고 자라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닷가의 기름때를 닦는 손길들을 통하여서, 생태의 문제와 밥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우리를 창조하신 분의 뜻을 찾으면서, 공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기도하면서, 서로의 손길로 김장을 담으면서, 연탄을 배달하면서, 장애우들과 함께 웃으면서, 노인들의 빨래를 하면서, 혼로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은 고사리 손을 잡고 함께 뛰면서 약속한 빛들이 우리를 통해 비추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성탄의 빛이 계명인의 빛입니다. 계명인들을 통해 우리 주위에 가득해질 것입니다.

 

2008년 성탄의 빛이 우리를 통해 온 땅에 가득하게 되길 기도하면서 아담스채플에서....

 

마태복음 5:14~16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세운 마을은 숨길 수 없다. 또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다 내려놓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다 놓아둔다. 그래야 등불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환히 비친다.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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